유기종 갤러리
|  장미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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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내력 The History of Things
|  유기종 Yoo GiJong

그가 들었거나, 구하는 말들 상실의 고초를 겪은 한 사내, 뉘엿뉘엿 걷고 있다 한번도 걸어본 적 없는 걸음인지라 스스로 놀라고 홀로 적요 해진다. 문득, 가느다란 실바람 한무리, 허리를 훝고 가고, 달아나는 바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구부정한 그림자에 시선이 머문다. 저 그림자에 담겨있는 언어는 무엇인가? 지나간 바람에게서 듣지 못한 말은 또 무엇인가? 서두르지 않고, 게으름도 없이 그림자와 바람의 언어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한다. 필시, 제 속에서 나왔을 말이었으나, 쉬이 해석되지 않는 말의 형태를 듣기 위해 그는 숲으로 향하거나 안개 속을 더듬거나 눈길을 헤집는다. 홀로 적요 해진 시간의 풍경, 훌쩍 스쳐간 바람의 언어를 탐문하는 그가 만나는 나무들과 풍경들은 대부분 습도가 높다. 무언가를 상실한 자의 시선이란 도리 없이 그러하므로. 눕다시시피한 나무와 금새라도 물 속으로 뛰어들 것만 같은 나무들 사이에서 그의 발길은 오래 멈추고 귀와 눈은 깊 어진다. 이윽고 그가 듣고자 했던 말의 형태가 빛의 결정체로 인화되고 상실의 고초 또한 언제인가 순한 언어로 구가하길 바라며 안개 자욱한 숲에 그가 머물 집 한 채를 짓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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